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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다화 (38)│

푸른 빛깔을 추구하는

일본의 녹차

운암(차문화 연구가)

 
한 잔의 차를 앞에 놓고 차 애호가들은 갖가지 담론을 쏟아낸다. 그 중 한·중·일 동양 삼국의 차문화를 놓고 볼 때 한국은 맛으로, 중국은 향으로, 일본은 색으로 구분 짓는다. 그리고 차문화가 발전해 가면서 갖가지 행다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원류는 서한(西漢)시기 왕포로부터 시작되었다. 차를 우아하게 마시는 모습을 부르는 한·중·일의 용어도 달랐다. 중국은 다예표연으로, 한국은 퍼포먼스, 일본은 데몬스트레션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한·중·일 삼국의 다도는 각각 특색을 지니고 발전해갔다. 삼국은 색·향·맛으로 겨루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 중 녹차의 개념으로 푸른 빛깔의 색을 강조한 일본은, 푸른 빛깔이 녹차의 본연이며 삼국다도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지난 10월 말 일본 교토의 후쿠쥬엔(福壽園)에서 일본이 왜 그토록 색을 강조하는지 그 의미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 때 그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호 <운암다화>에서는 색을 추구하는 일본의 다도를 들여다 볼 것이다.
지난 10월 25일 필자는 에이사이가 차를 전파한 겐닌지(建仁寺)를 거쳐 일본차의 고향으로 알려진 교토 곳곳을 살펴봤다. 일본은 가는 곳마다 오차(お茶)를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녹차는 옥로차를 최고로 친다. 그리고 죽로차다. 하지만 차의 격조를 높인 차는 역시 말차이다. 일본인들의 몸에 배어 있는 일본 차문화를 보면서 일본 차문화의 진가를 알 것 같았다.
교토의 중심에 있는 후쿠쥬엔에서 차 중의 차 옥로차의 감미로운 향기에 빠져들 즈음 푸른 빛깔을 최고로 여기는 일본차의 진면목을 발견했다.
후쿠쥬엔은 건물 전체가 찻집으로 꾸며져 단박에 유명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음을 알 것 같았다. 후쿠쥬엔은 교토 시내 한복판에 있는 4층 건물로 갖가지 차가 구비되었다. 가루를 말차로 만드는 말차기계와 품평대 등이 갖추어진 첨단 차 도구점이다. 우리는 4층에 마련된 로지가 갖추어진 차실을 참관한 뒤 지하에 마련된 차 마실 곳을 찾았다. 도구점 안에는 갖가지 일본차가 즐비했다. 우리는 주인 한 가운데에 빙 둘러 앉았다. 이윽고 주인은 저울대에 올려 놓고 측정한 3g의 일본 최고의 옥로차를 다기에 넣었다. 주전자로 식힌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다기에 60℃ 식힌 뜨거운 물을 붓고 2분간 우린 뒤 차를 따랐다. 차를 보니 우리 녹차는 담갈색인데 반해 일본의 녹차는 연두색을 띠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다기 안의 우린 찻잎 상태를 보니 푸른 빛깔을 띤다는 것이다.
푸른 녹색이 일본 차의 정석이라고 말하는 일본 다도구점 주인.

일본녹차는 증기로 찌는 증제차가 대부분이다. 일본은 소위 일본식 다도를 정착하기 위해 푸른빛을 내는 비료까지 개발되었다. 그래서 육우가 《다경》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차의 본래 빛깔이 아니라 푸른 빛깔을 내는 것을 일본 최고의 차로 여긴다. 그것이 옥로차이다.
차맛을 보니 아기 젖 냄새 같기도 한 비린내가 났다. 우리 차가 고소한 맛을 내는 것과 정반대이다. 여기서 우리는 푸른 빛깔을 추구하는 녹차의 미를 깨달을 것 같았다. 어떻게 푸른 색상을 띤 차가 일본 최고의 차인지 알게 되었다. 옥로차는 금방 찻잎을 볶은 것 같은 풋풋한 향기와 개운한 뒷맛 때문에 최고로 여긴다.
더욱 놀란 것은 이 큰 다구점에는 한국차나 중국차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민족성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중국차는 곰팡이 냄새가 난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중국차가 일본으로 들어갈 때는 철저하게 일본의 상표를 붙인다. 후난성에 나오는 것도 복차라는 상표로 일본에 들어갔다. 찻잎만 중국산이지 철저히 일본 상표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만 설산의 대우령차가 그 경우다.
일본인들은 석탄을 땐 뒤 그 석탄의 연기가 찻잎에 섞여 차를 우릴 때 그슬린 향이 나는 것을 싫어한다. 일본인들은 비릿비릿한 아기 젖 냄새가 나는 것을 최고 차의 광석이라고 느낀다. 그 차가 옥로차다. 일본에 페트병이 사라진 것도 바로 석탄의 그슬린 향기가 페트병에 담긴 녹차에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연두색의 일본차와 담갈색의 한국차. 맨 아래는 일본의 말차.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들은 중국 경산사에서 들어온 다도가 일본차의 원류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들어간 차문화가 일본에 건너가 완성 되었다고 한다.
푸른색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의 차는 육우의 《다경》과 다른 녹차의 의미를 말한다.
육우 《다경》에는 ‘차의 맛을 보고 향기로 냄새를 맡아 감별한다. 그리고 노린내가 나는 것은 솥의 작용이고 비린내가 나는 것은 찻그릇이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육우의 《다경》에서 남조 시대 왕숙이라는 사람이 차를 우유와 비교하여 묻는 질문이 있는데 그때 왕숙이 차를 우유의 종(宗)으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녹차는 비린내 나는 차를 최고로 여기고 색을 중시했다. 육우가 《다경》에서 말하는 것과는 반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말차가 일본다도의 정점이 된 것도 푸른 빛깔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다도 루트는 중국에서 건너가 일본에서 완성되었다고 한다. 녹차란 차나무의 어린 잎을 따서 제조·가공한 차를 말한다. 교토가 일본다도의 정점을 이룬 것은 오백년간 이어온 센리큐파의 산센케가 모두 교토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이도쿠지(大德寺) 22개의 작은 절들이 모두 차실을 갖추고 일본다도를 지켜가고 있다. 로지를 따라 차실에 이르면 능숙한 솜씨로 주인이 손님에게 정성껏 차선을 저어 말차 한 잔을 올린다. 그것을 최상의 다도로 여긴다.
필자는 15년 전 원효의 자취를 따라 일본 전역을 취재하던 중 가는 곳마다 말차를 대접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찾아오는 손님에게 말차 한 잔을 대접하는 것을 최고로 여겼다.
일본이 그토록 푸른 빛깔을 추구하는 까닭은 중국에서 일본에 건너가면서 일본화된 다도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푸른 빛깔로 가는 말차이다. 그들은 오백년간 푸른 빛깔을 좇아 오늘에 이르렀다. 10월 말 교토의 후쿠쥬엔 다도점에서 갓 딴 찻잎을 가지고 만든 풋풋한 옥로차 한 잔에서 일본이 추구하는 다도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았다.

기사 작성일 : 2010-12-21 오후 3: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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