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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뜰|


깨달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겨울 산사

김다혜(본지 기자)

간밤에 다녀간 세찬바람이 겨울을 불러다 놓았다. 거리를 물들였던 단풍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을 보여주는 나무들은 코앞까지 다가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가을 단풍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했던 가을 산이 이제는 새하얀 눈꽃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그 중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며 불심을 느낄 수 있는 산사 몇 곳을 소개 하고자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남양주에 자리 잡고 있는 수종사(水鍾寺)는 ‘물방울이 종소리로 울려 퍼지는 절’이란 뜻을 담고 있다. 세조말년 세조가 금강산에서 나병을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곤하게 자고 있는데 어디서 종소리가 들려 날이 밝자 종소리 나는 곳을 찾아갔다. 그 곳에는 운길산 기슭에 폐허가 된 절의 흔적과 암굴이 있었다. 이 암굴 속에는 18나한상이 모셔져 있고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에 감복한 세조는 왕명으로 절을 중창하고 ‘수종사’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옥천암 백불.
이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수종사는 서울과 가까워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절이다. 또한 이곳에서 보는 일출은 너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곧 다가오는 새해의 태양을 수종사와 함께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출을 보고 고려시대 보도각 백불을 찾아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 잡고 있는 옥천암으로 가보자. 보도각 백불의 정확한 명칭은 ‘홍은동 보도각 마애보살좌상(弘恩洞 普渡閣 磨崖菩薩坐像)’이다. 흰색의 호분(胡粉)이 전체적으로 두껍게 칠해져 있기 때문에 백불(白佛) 또는 해수관음(海水觀音)이라고도 한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간절한 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관음보살은 민간에서 많은 신앙을 받고 예배되었던 불상으로, 이름을 부르면 도움을 주는 자비의 보살이었다. 그래서인지 예나 변함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심에 있어 답답한 일이 생기면 찾아가 가만히 부처님의 모습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좀 더 멀리 강릉으로 가보자. 보물 36호 신라 문성왕 9년(847) 범일 국사가 창건한 강릉의 굴산사 옛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당간지주가 있다. 굴산사는 범일 국사가 당나라 유학시 왼쪽 귀가 떨어진 승려가 고향에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는 청으로 지은 사찰이라고 한다. 이곳은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가면 오히려 실망을 안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굴산사지에 대한 조금의 역사적 지식을 안고 간다면, 사라져간 천년의 숨소리를 듣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지금 남아 있는 굴산사지 당간지주의 크기만 보더라도 당시 절의 규모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큰 절이 몽고의 침입으로 한순간 폐허가 되었다. 한때 화려했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모습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숨 한번 크게 쉴 곳이 필요할 때 당간지주만 홀로 서있는 굴산사지를 보러 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홀로 서있는 당간지주를 보면 무엇에 쫓기듯 힘들게 살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흙처럼 바람처럼 어느 순간 우리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날 것이니….

기사 작성일 : 2010-12-21 오후 4: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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