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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 띄우는 편지 (29)

 

하얀 눈을 뚫고 올라온

차나무를 보았다

 

운암(차문화 연구가)

 

축령산 자락에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그 하얀 눈 사이로 올라온 차나무의 모습은 차나무의 생명력을 다시금 느끼게 했습니다. 차나무는 봄에 새순이 솟아 오른 뒤 가을에 꽃이 피고 겨울에 열매를 맺습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실화쌍봉수(實花雙逢樹)라고 말했습니다.
신농이 차나무를 발견한 뒤 사람들은 차를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개입시키며 차나무와 사람의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결혼 풍습으로 이른바 봉차(封茶)의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봉차의 길이란 옛날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결혼 예물로 차나무를 보내던 것을 말합니다. 차나무는 한번 옮겨 심으면 다시 살 수 없기에 변심을 막는다는 의미로 생겨난 풍습입니다. 인도의 허황후가 가야로 시집 올 때 봉차의 길을 연 것이 한국차 최초의 봉차 풍습이었습니다.
지난 12월 초 저장성 항저우에서 왕웨페이(王岳飛) 교수와 다담을 나누다가 <차의 세계> 2010년 12월 호에 실린 무이산의 신부 사진을 보게 된 왕 교수는 깜짝 놀라면서 노트북을 열어 2009년 항저우의 신부와 안후이성의 신랑이 차로 백년가약을 맺은 일화를 전해 주었습니다. 신랑 신부는 서로의 고향에 차나무를 보냈다고 합니다. 왕 교수는 신농이 차나무를 발견한 이래 사람은 차나무를 통해 백년해로를 맺으며 차와 사람의 만남을 이어 가고 있다고 풀어냈습니다.
또 하나의 만남으로, 차디찬 눈을 뚫고 올라온 차나무의 생명력이 인간에게 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필자는 무릎까지 올라온 눈을 밟으며 축령산에 올라갔다가 새파란 차나무가 눈 속에서도 푸른 기운을 잃지 않고 자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예전 강원도 정선에서도 차디찬 눈을 뚫고 올라온 차나무를 보고 깜짝 놀란 바 있습니다.
차밭 걷는 길은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습니다. 2011년 새해, 다우에게 소망 하나를 던져 드리려 합니다. 다우들이여, 눈 내리는 차밭을 한번 걸어 보십시오. 그 길은 선승이 구도하듯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차인들에게 그 길은 틱낫한 스님의 걷기 명상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순간은 차향처럼 향기롭습니다.
눈길에 난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니 하얀 눈을 뚫고 차나무 한 그루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 차나무는 신부가 하얀 신부 옷을 입고 시집갈 때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 길이 바로 봉차의 길을 열었던 허황후가 가야로 시집올 때 걸어 간 차의 길이며 차마고도의 길을 열었던 그 길인 것 같았습니다.

 

- <차의 세계> 1월호 참조

 

기사 작성일 : 2011-01-10 오전 10: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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