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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차행다례의 미학

 

소리를 타고 잠시 도리천에 오른

비선飛仙 향연

박정진(본지 편집주간)

구슬이 구슬을 비추다. 해마다 차 표현의 성숙미를 더해가는 숙우회(熟盂會)가 이번에는 인드라망(因陀羅網)을 주제로 한 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부산의 대표적 차회 숙우회는 지난해 12월 28일, 29일 양일간 부산 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인드라망을 주제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소박한 차 표현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이맘때쯤 수류(隨流)를 주제로 큰 행사를 벌였던 숙우회는 이번에 규모는 작지만 불교적 소재와 주제로 차선(茶禪)의 아름다움을 응집시켰다.
깨달음에 못지않은 불교의 기둥 주제인 인드라망은 연기(緣起) 속에서 생멸하는 존재들이 서로 비추고 비추이는 화엄의 장엄한 꽃밭을 은유하는 말이다.
이날 차 표연 행사는 음악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장이었다. 국악과 명상 음악 계통의 선율이 번갈아가는 속에 연행자들은 저마다의 숙련된 몸짓으로 성의를 다했다. 음악과 동작은 하나가 되어 돌아갔다. 음악을 타면서 극락에 잠시 오른 듯한 표정으로 무대를 오가고, 좌정하고, 치렁치렁한 치마를 매만지면서, 정중동, 동중정의 움직임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인드라망(因陀羅網) 잎차.


도리천 제석천왕(帝釋天王)의 궁전에 드리워진 보석의 그물 인드라망. 그물코마다 달린 구슬에 삼라만상, 그 만상은 또한 서로가 서로를 비추니 빛의 꽃밭. 일즉일체(一卽一切)의 화엄(華嚴)은 자연스럽게 삼승일승(三乘一乘)의 법화(法華)로 이어졌다. 

우담바라(優曇鉢華) 잎차.

1, 2부로 나뉜 이날 행사는 2부 첫 표연으로 등장한 인드라망 잎차에서 표제답게 절정을 이루었다. 인드라망 다법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상할 때 사용하기에 적절한 다법이다. 화로를 중심으로 촘촘히 둘러앉아 차를 돌려 마신다.
오프닝 행사는 해조음헌다(海潮音獻茶) 말차가 장식했는데 바다의 조수처럼 어김없이 오가는 법음의 소리, 해인의 소리를 차에 담았다. 도리천의 하늘 북, 천고(天鼓)는 치지 않아도 울리고, 해조(海潮)는 아무 생각도 없지만 밀려오고 쓸려나간다. 숙우회의 베테랑 두 차인이 펼치는 동작 하나하나의 절제미와 성숙미, 긴장감은 마음과 몸이 하나 된 경지의 움직임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했다.
무대 공간은 일견 바다가 된 듯 고요한데 찻물 소리는 마치 해조음처럼 은은히 들려왔다. 오고갈 때 오고가고, 설 때 서고, 앉을 때 앉는 품이 절도가 있어 아마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을 성 싶다.
숙우회 행사의 장점은 노소 선후배가 함께 어울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장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툰 신참자의 실수나 약간의 어색함도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는다. 실수와 파격과 정격이 섞여야 미가 돋보이는 법이다.

해조음헌다(海潮音獻茶) 말차.


만다라팔엽 잎차, 만다라사엽 말차는 숙우회의 트레이드 마크인 만다라 표현 시리즈의 일련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다법이다. 숙우회는 꽃을 뿌려 공간을 정화하거나 찻잔에 꽃을 띄워 어가수 공양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큰 바구니를 사용하는 화롱(花籠) 잎차를 선보였다. 손님이 많을 때 활용하는 다법이다.

-<차의 세계> 1월호 참조

기사 작성일 : 2011-01-11 오전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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