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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 띄우는 편지 (31)


저기 찻잎의 솜털 사이로
은백색 빛을 보았다

운암(차문화 연구가)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던 경칩을 지난 어느 날 한 소녀가 모친의 뒤를 따라 차밭에 딸린 오솔길을 걸어갔습니다. 주변은 매화 꽃이 차나무와 어우러져 꽃향기를 물씬 풍겼습니다. 소녀는 가던 길을 멈춰 서더니 어머니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저기 보세요. 솜털 사이가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어요.”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잔잔한 미소를 살며시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저 은백색의 솜털을 벗을 때쯤 일창이기로 된 차나무에서 새순이 올라온단다.”
“그 새순은 바라만 봐야 하나요?”
“아니다. 이른 새벽녘에 차밭에 나가 그 찻잎을 채취해 정성껏 덖으면 햇차가 나온단다.”

“매년 그렇게 하나요?”
“저 차나무의 생로병사처럼 우리는 대대로 그렇게 살아왔단다.”
소녀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걸어갔습니다. 윈난성 린창시(臨滄市) 봉경현, 세계 차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最古)의 재배 차나무가 서 있는 3,200년 된 고차수가 있는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새벽 하늘을 가르고 봉경현 고차수를 찾아가던 날, 필자는 계단식으로 논밭을 일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윈난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한 사람의 정을 느꼈습니다. 차밭 걷는 길은 늘 구도의 여정이지만 이번처럼 필자에게 감동을 준 차나무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을 지난 윈난의 차밭에 돋아난 차나무 잎은 솜털 사이가 은백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 빛깔은 아침 햇살과 어우러지면서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 빛나는 차나무 잎 사이의 뾰족한 일아일엽(一芽一葉)으로 올라온 싹을 보는 순간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습니다. 그 싹을 바라보다가 세계 차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3,200년 된 고차수를 친견하고 한없는 자연에 대해 감사를 드렸습니다.
필자와 일행들이 봉경현을 빠져나오자 마을 사람들이 노점을 펼치더니 갓 따온 싹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일본에서 온 우라모토준코(浦本淳子) 여사가 마을 사람들과 차싹을 흥정하여 100위안에 한 움큼을 사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우리가 떠나자 그 사람들은 다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차밭 걷는 길은 그처럼 가는 곳마다 사람을 만나 차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했습니다. 봉경현으로 가는 차밭 길에서 차의 향기를 흠뻑 담고 빠져나왔던, 기억에 남는 한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월간 《차의 세계》 2011년 4월호 게재

기사 작성일 : 2011-04-13 오후 1: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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