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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문화의 기원 (25)│한국 제다법 해부

 


한국 덖음차 제다 50년을 해부한다


석천(본지 편집위원)

차 만드는 철(4월 20일~5월 6일)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제다법에 관한 것이다. 차 산지를 찾을 때마다 ‘내 제다법이 정통’이라는 사람들의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우리 제다의 맥은 짧다. 중국에서 귀화해 한국 제다의 아버지로 알려진 청파 조병곤(1895~1964), 일본 큐슈의 제다법을 들고 온 김복순(?~1992), 정동황차를 만든 정학녀(1894~1992), 불가의 응송 박영희(朴暎熙)와 효당 최범술(崔凡述) 등이 한국 제다를 정립시킨 인물로 꼽힌다. 그밖에 그들의 제다 방법을 어깨너머로 배워 발전시킨 것이 한국 제다의 현주소이다. 한국 제다의 역사라고 해야 50년 안팎이다.

수제 덖음차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손빨래식 덖음차 제다 공정 중 일부. 옆은 갓 덖은 차의 외형.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덖은 뒤 곧바로 멍석에 놓고 유념을 하는 광경은 할머니가 빨래하듯 찻잎을 비비는 것 같다. 제다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음식의 맛이 손끝에서 좌우되듯 차의 맛 또한 법제인의 손끝에서 결정되어 법제한 뒤의 차맛은 제각각이다. 필자는 차맛이 제각각인 점을 두고 필시 제다 방법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한국의 덖음차 제다 방법은 모두 손빨래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 세 가지 방법을 놓고 한국 제다의 수수께끼를 풀어 가 보겠다. 첫째로 한국 덖음차가 고수해 온 손빨래식, 두 번째로 화개 지역의 오랜 상비약으로 알려진 잭살차와 같이 햇볕을 쬐어 말리는 일쇄차 방식, 세 번째로 찻잎이 손상되지 않게 굴리는 방식, 이 세 가지를 놓고 한국 덖음차의 정체성을 밝히려 한다.필자가 제다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한국 녹차의 맛이 제각각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지난해 차 한 통을 선물 받고 그 차를 맛보는 순간 푸릇한 채소를 데친 맛이 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또 잎을 살피니 채소처럼 푸르렀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녹차의 향기가 제각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차를 우릴 때 잎이 파괴되지 않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설익은 돌솥밥보다 전기밥솥의 밥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수제 방식보다 기계 방식으로 제다하는 것이 월등히 낫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차를 아는 사람들의 공통적 이야기는 차를 덖을 때 차에서 나오는 진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차에 향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녹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점점 중국차로 돌아서고 있다.
필자는 15년 전, 차에 빠져들지 않았던 시기에 중국 황산 아래 어느 마을에서 할머니가 손수 만든 차를 맛보았다가 그 향이 다음날까지 입안에 남아 있었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때 남겨둔 차를 아직도 소중히 간직해 오고 있다. 왜 우리는 그런 차를 만들 수 없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차의 고수로 알려진 선승 수산 스님을 통해 2002년 봄 구증구포 방식의 제다법을 7시간에 걸쳐 지켜본 바 있다. 그때 스님은 차를 채취할 때의 향기와 차를 아홉 번 덖은 뒤의 향기가 일치해야 한다는 법제론을 제시하여 그 말이 차계에서 유행한 바 있다. 차의 향기를 좇는 차 애호가들은 입안에 차향이 얼마나 오래 남느냐로 차의 가치를 따지고 있다. 우리 제다법을 놓고 모두가 내가 만든 차를 최고라 하는데 제다계에 덖음차의 갖가지 정통법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각 방식의 특징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왜 손빨래인가

 

한국 차계에서는 수제차를 만들 때 대부분 손빨래하듯 차를 멍석에 비비는 것을 정석으로 여긴다. 그러나 똑같이 멍석에 비벼도 차맛은 제각각이다. 차맛이 제각각인 이유는 첫째 차를 덖을 때 가마솥에 차를 태우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 차를 유념할 때 찻잎에서 올라오는 진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해 그 향이 차에 배기 때문인데 이 점은 지금까지 한국차계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는다.

맨 앞은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나무 주걱으로 차를 덖는 모습, 가운데는 중국 용정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마솥에 찻잎을 손으로 눌리는 장면, 그 옆은 찻잎을 방바닥에 말린 뒤 숯불을 피워 차를 고르는 장면.


대부분 제다인들은 자신의 제다법을 최고로 여긴다. 한 예로 부초차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반야로의 채원화 선생은 차를 만들 때 마지막 공법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방안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그만큼 제다법은 비밀로 전해져 오고 있다.
차 철에 중국 용정촌에 가면 길거리에 가마솥을 걸고 의자에 앉아 유념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가마솥에 찻잎을 눌리는 방법으로 차를 법제한다. 중국처럼 차를 비비고 유념할 때 꼭 손빨래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방법이 정석일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대나무가지를 묶어 만든 솔로 찻잎을 고르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육안과편(六安瓜片)에서도 드러난다. 그렇다면 찻잎은 음식처럼 손끝에서 그 맛이 좌우된다는 말이 빗나간다. 또 다른 방법은 찻잎이 타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쉴 틈 없이 찻잎을 섞어 가마솥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다. 찻잎이 가마솥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맨손으로 차를 유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순간 실수를 하게 되면 손이 타 버린다. 그래서 차 고수들은 손끝이 가마솥에 닿지 않게 기술적으로 차를 덖는다고 한다. 실제로 차 덖는 차농의 손을 만져보면 손바닥이 단단하다. 또는 장갑을 끼고 차를 덖는 경우도 많다. 불의 온도 또한 처음에는 고온에서 유념을 하다가 점점 온도를 낮춘다. 필자는 수산 스님의 제다 방법을 지켜보다가 맨손으로 나무 주걱을 잡고 차를 덖는 광경을 보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그때 스님에게 물었다. “뜨거운 불길이 손에 닿으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차를 덖는 순간은 선정삼매에 빠지듯 차를 덖습니다. 즉 무아의 경지이죠. 그래서 차를 덖은 뒤 탈진이 옵니다. 그 빠진 기운을 3일간 회복해야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차 덖은 뒤의 회복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몸에 많은 손상을 입게 됩니다”라고 답하였다. 이처럼 찻일만큼이나 차 만드는 일에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차 애호가들은 대체로 찻잎을 가마솥에 넣고 곧바로 멍석에 빨래하듯 비비는 것을 대표적인 제다법으로 꼽았다. 그러나 점점 손빨래식 제다법은 사라지고 기계화되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수제보다 기계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찻잎을 태우지 않고 일정한 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빨래식 제다 차를 찾는 사람이 있는 한 이 방법은 진행형으로 남을 것 같다.

 

햇볕차와 둥굴게 굴린 차의 차이

 

화개 지역에 예부터 상비약으로 쓰였던 잭살이라는 차가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잭살 한 움큼을 대추와 함께 넣고 펄펄 끓여 약으로 썼는데, 그 차는 일쇄차 즉 햇볕차이다. 필자는 20007년 4월과 2008년 4월 두 차례 강말순 할머니를 만나 햇볕차의 진실을 탐구했다. 악양에서 일쇄차 즉 햇볕차를 만들어 온 강말순 할머니를 만나 우리 차의 정체성을 자세히 들여다본 것이다. 더욱이 강 할머니는 악양골에서 99세까지 살며 정동황차를 만들어 온 정학녀 할머니 바로 옆에 살아온 터라 부쩍 필자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강 할머니를 처음 만난 그다음 해인 2008년 4월 4일 정동황차를 만든 정학녀 할머니의 옛집이 사라졌다. 사라져버린 집터를 바라보면서 강 할머니와 일쇄로 만든 잭살차를 앞에 놓고 대화가 오갔다.

 

- <차의 세계> 5월호 참조

기사 작성일 : 2011-05-13 오후 2: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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