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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길을 따라│충담의 茶와 삼화령 ①

 

의 길 따라 충담忠談을 만나다

 

여천 (민족차문화연구원장)

 

차의 길은 차가 전래된 이래 그 길을 따라 소통되었고 전해져왔다. 천년을 이어온 우리에게도 중국의 차마고도(茶馬古道)처럼 차의 길은 분명히 있었다. 바로 천년전 삼월 삼짓날 충담이 남산 삼화령에 가서 미륵세존에게 차 공양을 올렸던 것이다. 이 이야기로부터 허황후가 가야로 온 신행길을 비롯 다양한 차의 길이 있었다. 『차의 세계』는 한국의 차마고도인 차의 길을 따라 차와 민속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차의 역사를 밝히려 한다. 그 길은 바로 차의 길이며 한국 차의 정체성을 세우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충담이 걸었던 차의 길을 시작으로 연재 하고자 한다.


경주 남산의 오솔길을 거닐며 아득한 옛날 서라벌을 생각한다. 천년 사직이 지나고 또 다시 천년이 지났으나 산과 들은 그대로다.
충담사(忠談師)의 차 공양(供養)을 받던 미륵부처가 있었던 곳은 경주 남산(南山) 삼화령(三花嶺)이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안고 있었을 돌부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또한 신라(新羅)의 차 향기가 배어있을 돌부처, 그 미륵불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충담의 차 공양을 받던 미륵불이 안치되었던 삼화령의 위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남산 북쪽 장창골(長倉谷) 고갯마루가 ‘삼화령’이고 고개 위에 있었던 돌부처가 ‘삼화령 부처’라는 설이 그 하나다. 그리고 남산 남쪽 용장계(茸長溪)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삼화령’이고 고개 정상 바위의 거대한 불좌(佛座)가 ‘삼화령 미륵불’이 안치되었던 ‘연화대(蓮花臺)’라는 설이 또 하나다.
남산〔金鰲山〕 북쪽 설을 믿는다면 ‘미륵불’을 만나볼 수 있고, 남산 남쪽 설을 지지한다면 돌부처가 앉았던 ‘연화대’를 볼 수 있다. 불상은 현재 경주박물관에 있는 애기부처로 유명한 ‘미륵삼존불(彌勒三尊佛)’이고, 그 연화대는 남산 용장계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 두 곳도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서 삼화령이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두 곳 중 하나가 우리가 찾는 삼화령이다. 다만 오늘날 차 연구가들은 남산 용장계 봉우리의 거대한 불좌를 삼화령이라고 믿고 있다.

서기 765년 삼월 삼짇날, 신라 35대 임금인 경덕왕(景德王 742~765)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반월성 귀정문(歸正門)에서 말하기를,
“누가 영광된 일을 할 훌륭한 스님을 모셔올 수 있겠소?”
이때 옷을 잘 입은 풍채 좋은 승려가 귀정문 앞을 지나갔다. 신하들은 그 승려를 인도하여 왕을 만나게 하니 왕은,
“내가 찾는 대덕(大德)이 아니요”하며 그를 물리쳤다.
얼마 후 한 승려가 검소한 옷을 입고 앵통(櫻筒)을 걸머지고 남쪽에서 걸어왔다. 왕은 대궐 앞을 지나가는 그 승려를 누각 위로 맞이했다.
“그대는 누구시오?”
“충담이라 합니다.”
“어디서 오는 길이요?”
“소승은 해마다 삼월 삼짇날과 중구일이면 삼화령 미륵불께 차를 공양합니다. 오늘도 차 공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나에게도 한 사발의 차를 나누어주겠소?”
충담은 그 자리에 찻자리를 펴고 차를 달여 경덕왕에게 대접했는데, 그 차 맛이 특이하고 차 사발에서 신비로운 향기가 났다.
왕은 충담이 만든 차를 맛있게 마시고 나서 말하기를,
“내 들으니 스님이 지었다는 기파랑을 노래한 사뇌가(詞腦歌)가 그 뜻이 높다던데 과연 그러하오?”
“그렇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나를 위하여 백성을 다스려 평안케 할 노래를 하나 지어주시오.”
충담은 즉석에서 노래를 지었다. 그 노래가 ‘안민가(安民歌)’라는 향가다.

 
이 이야기는 경주 남천(南川)이 감아 도는 남산 북쪽 기슭의 신라 천년의 궁궐 반월성(半月城) 귀정문에서 일어난 일이다.
경덕왕은 충담의 다도(茶道)와 경륜의 깊이를 알고 매우 흡족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았던 인물을 만난 왕은 충담에게 왕사(王師)가 되어 곁에 있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지만 충담은 두 번 절하고 왕 곁을 떠나버렸다. 그 후 충담의 행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오늘날 차문화사(茶文化史)의 신화가 되어버렸다. 충담은 일 년 중 가장 좋은 날을 택해 삼화령 미륵불께 차를 올리며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고, 불보살의 위덕을 찬탄하고 화랑들의 넋을 위로했는지도 모른다.
반월성 귀정문에는 기와와 토기 파편들이 즐비했고 오늘날의 서라벌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았다. 귀정문이라 생각되는 터 옆, 청양루 터 언덕에서 남산을 바라보았다. 그 옛날 충담이 남산 쪽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는 자리다.
토함산(吐含山) 동령에서부터 흘러 반월성을 보호하듯 성 앞을 도도히 흐르고 있었을 그 옛날 문천(蚊川)인 오늘날의 남천이 흘렀고 그 곳엔 신라 최대의 다리인 월정교(月淨橋)의 흔적이 남아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덕왕 19년에 궁궐 남쪽 문천 위에 월정교, 춘양교(春陽橋)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월정교는 후세에 한문이 바뀐 월정교(月精橋)로, 춘양교는 일정교(日精橋)로 불렀다. 아마도 일정교는 대궐로 들어가는 큰 다리가 되고 월정교는 성 앞을 지나 도심으로 들어가는 큰 다리가 되었으리라……. 
세칭 ‘애기부처’라 불리는 삼화령 미륵삼존이 발견된 그곳을 찾는 길은 최치원의 상서장(上書莊)을 지나 그 길을 따라 계속 산등성을 타고 올라 맨드리 고개가 나오면 이곳에서 조금만 가면 된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삼화령 애기부처가 발견되었던 석실(石室)이 있었던 자리를 볼 수 있다. 물론 이 길이 아니라도 찾을 수 있는 길이 많다.
남산 남쪽 용장계 정상의 ‘연화대’를 찾아 가기 위해선 포석정에서 남산 위로 길을 낸 순환도로를 택하는 편이 있지만 그 산길은 남산의 정취를 맛볼 수는 있어도 남산 유적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용장계에서 용장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곧장 바위산을 타면 용장사(茸長寺) 여러 절터[寺地]와 삼층석탑(三層石塔) 그리고 삼륜대좌불(三輪臺座佛), 마애여래불(磨崖如來佛) 등을 답사한 후 올라와 삼화령 연화대를 만나게 되는데 그 길 역시 즐겁다.
또한 매월당(梅月堂)이 그토록 좋아하던 용장골에서 만년을 보냈음을 떠올리면서 매월당의 차시(茶詩)를 음미한다면 그 풍류도 만만치 않으리라.
경주 남산의 묘미를 최대한 즐기며 천년의 향기와 혼을 느낄 수 있는 환상의 남산 답사 길은, 삼릉계(三陵溪)에서 시작하여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온화한 붉은 입술과 선각육존불(線刻六尊佛)의 공양상(供養像)이 지닌 미학을 맛보는 것이다. 또한 마애대좌불(磨崖臺座佛)의 위엄 앞에서 우리 인생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충담사의 사상과 다도의 덕목을 떠올리며 금오산 정상 길을 걸어 용장계을 굽어보며 만나는 ‘삼화령’을 빼놓을수 없을 것이다.

1982년 이른 봄날, 충담의 길을 따라 여천차문화회(如川茶文化會) 회원들은 경주 남산 선방곡(禪房谷), 삼존석불(三尊石佛) 앞에서 찻자리를 펴고 헌다식(獻茶式)을 가졌다. 금당(錦堂) 어른, 당시 삼불사(三佛寺)주지인 소암 스님, 숙우회를 이끄는 강수길 차인 등이 동참한 헌다식 및 경주 남산 차모임이었다. 그 후, 기회만 되면 충담처럼 앵통을 걸머지고 혼자 혹은 뜻 맞는 회원들끼리 남산 삼화령을 비롯한 남산의 불보살에게 차 공양을 했다. 남산 답사 길에 만나 다연(茶緣)을 맺은 종수(宗水) 스님과 남산 곳곳에 차나무를 심었다. 그 차나무가 자라 벌써 20여 년이 넘는 수령을 뽐내고 있다. 배리삼존석불 앞 삼불사 언저리에 차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고 있는데 보존이 잘 되지 않아 안타깝다.
오늘날 충담의 정신을 이어받은 전국의 많은 차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주 남산 삼화령을 찾아 차 공양의 역사를 만들었다. 경주 신라문화원이 주관하는 ‘충담재’가 공식적인 경주 지역 행사로 자리매김 하여 매년 열리고 있고, 크고 작은 전국의 차 문화 단체들이 삼월 삼짇날 즈음이 되면 삼화령에서 차 공양 의식을 한다고 하니 충담의 차 정신은 우리의 귀감이 되어 차의 향기로 남았다.
남산 어딘엔들 삼화령 아닌 곳이 있으랴. 이 세상에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땅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 옛날 충담 스님처럼 차의 향기로 이 땅을 정토(淨土)로 만들어 가는 이들이 곧 삼월 삼짇날이 오면 또다시 삼화령을 찾아 차 공양을 하리라.

《차의 세계》2006년 3월호 참조

기사 작성일 : 2007-07-16 오후 4: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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