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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문화의 기원 ⑭│청소년 세대의 차문화


차문화의 꽃, 학교 다도


최석환(본지 발행인)

왜 차가 학교(學校)로 가는가

지난 9월 인사동 홍익빌딩의 갤러리 라메르에서 보성학원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간추린 사진으로 본 보성(保聖) 개교 100주년 기념사진전’이 열렸다. 그런데 이 사진전을 살피다가 뜻밖에도 70년대 중반 보성여고의 학생들이 다례 실습을 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차문화가 정착된 시기가 80년대 후반인데 비해 이 학교에서는 70년대에 이미 다례 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보성여고는 생활 다례의 전통을 이으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19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생활관에 입소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2박 3일간의 교육을 받게 하고 우리 전통 예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과목을 따로 두었다. 절하기, 전통 혼례 등과 같이 교육과정 속에 다례가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 다례의 상징으로 떠오른 아인 박종한 선생의 대아고등학교에서 행해진 ‘오민다도’ 또한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전격 시작되었다. 1969년 어느 날 아인은 문제 학생 12명을 교장실로 불러 들였다. 학생들을 보더니 아인은 “차를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라는 다산의 이야기를 꺼냈다. 오민(五民) 교육을 통해 다도(茶道)를 도입, 그렇게 시작된 차가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일조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국차를 말할 때에는 환영처럼 일본 다도가 따라다닌다. 이상한 일이다. 고려 때 차를 마시는 다방(茶房)이나 다촌(茶村)이 있어 차를 적극 권장하였는데, 왜 그런 차문화사는 없어져 버렸는가. 대부분 차 연구가들은 일본이 조선을 점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한국차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일본 다도의 원인으로 일제 말기 황국식민화시대를 들었다. 그러한 논의는 지난 4월, 본지에서 첫 공개한 황국식민화시절의 다례 사진이 결정적인 자료로 널리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공개된 사진은 1920년 무렵 이천 공립소학교 학생들의 다례장면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었다. 무릎을 꿇고 있고 두 손으로 곱게 차를 받드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조선 총독부 학무국이 이화여전 등 47개교에 일본 다도의 정신을 심기 위해 다도 보급을 했던 점을 미루어 일본 다도로써 한국의 정신을 장악하려 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천 공립학교에서 나온 다례 사진 또한 조선총독부가 일본 다도 보급의 일환으로 행해진 사례 중의 하나였다. 그런 영향인지 몰라도 지금도 한국 다례 속에 무릎을 꿇고 차를 우리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의 차 마시는 의식이 8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일격을 가하는 차 연구가도 있다. 그 와중에 터져 나온 것이 2006년 신년벽두를 장식한 <아사히 신문>의 한류 다도 기사였다.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차를 받들 때 찻잔을 돌리기, 차를 마실 때 과자를 먹는다’ 등인데, 이것을 한국 다도의 전법처럼 생각해오고 있었다.
1920년경 조선총독부가 황국식민화운동(1397~1945) 기간 중 행해진 일본 다도의 흐름 중 무릎을 꿇고 공손히 두 손으로 받들어 차를 마시는 의식이 1970년 중반 보성여고의 다례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도 우리 다례 속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차 마시는 동작은 변함이 없다. 이를 두고 한 일본 차인이 “아, 저것 우리 다법이 아니던가”라고 일본말로 이야기하는 광경을 목격한 바가 있기도 하다. 그러면 이 땅에 차문화가 도입된 지 천년, 다시 차문화로 자리매김 된 지는 30년, 그런데도 우리 차계에서는 한국 다례의 원형을 찾으려는 시도 하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선 반연구 선생으로부터 찻잎을 갈아서 마시는 말차법이 중국에도 없는데 자신이 실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말차를 떠올릴 때 일본 다도를 연상하게 되는데 반 선생의 이야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도 우리 전통 다례 복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차의 세계》2007년 11월호 참조

 

기사 작성일 : 2007-11-14 오전 9: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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